AI 에이전트 시대의 인터넷 사용법 —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쥘 것인가
김단테의 〈우리가 알던 인터넷 모두 끝났습니다〉를 보고 정리했다. 예약·쇼핑·검색 같은 목적형 인터넷은 AI 에이전트가 대신한다. 사람에게 남는 일은 무엇을 맡길지 정하고, 정확히 요구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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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생성한 이미지
추석 연휴 끝자락에 내가 자주 보는 김단테 님의 영상을 한 편 봤다. 〈우리가 알던 인터넷 모두 끝났습니다〉. 메타의 뮤즈를 비롯한 개인용 에이전트를 몇 달 써 본 소감을 바탕으로, 인터넷의 대부분은 에이전트가 쓰게 되고 사람은 그 일부만 쓰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충분히 곱씹어볼만한 내용이다.
출처: 김단테, 〈우리가 알던 인터넷 모두 끝났습니다〉, 2026년 9월 27일
영상 요약
1. 에이전트는 '답'이 아니라 '일'을 준다. 챗봇이 질문에 답한다면, 에이전트는 채팅으로 시킨 일을 대신 처리한다. 아이언맨의 자비스 같은 존재다.
2. 가장 중요한 덕목은 프로액티브함이다. 에이전트는 시키지 않은 일을 알아서 하되, 사람을 귀찮게 하지는 않아야 한다. 유능한 비서의 덕목과 같다. 영상에는 이런 사례가 나온다. 메일을 연동해 두기만 했는데 에이전트가 강연 섭외 메일을 먼저 읽고 "80분짜리 강연 슬라이드와 예상 Q&A를 만들어 드릴까요?"라고 물어 왔다. 결과물은 원하는 수준의 80% 정도였다. 또 다른 에이전트는 답장하지 않은 업무 메일을 짚어 줬다.
3. 귀찮은 일은 전부 맡긴다. 해지 메뉴를 찾지 못한 구독 서비스를 대신 해지했다. 호텔별로 현금과 포인트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비교했고, 후기를 뒤져 레이트 체크아웃이 되는지 확인했으며, 확인이 안 된 호텔에는 영문 문의 메일까지 보냈다. 한 번 이렇게 써 보면 "영화 예매 앱을 직접 여는 일이 이렇게 귀찮았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고 한다.
4. 인터넷의 걸림돌이 바뀌어 왔다. PC 시대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한다는 장소의 제약이 인터넷 사용을 막았다. 스마트폰이 그 제약을 없앴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키오스크 앞에서 망설이고, 비행기표를 전화로 산다. 남은 걸림돌은 조작의 어려움이고, 에이전트가 이것을 없앤다. 이제는 어느 사이트가 좋은지 몰라도, 원하는 것을 한국말로 정확히 말할 줄만 알면 된다.
5. 인터넷은 둘로 나뉜다. 쇼핑, 예약, 정보 탐색처럼 목적이 있는 사용은 에이전트가 대체한다. 유튜브, SNS, 넷플릭스처럼 목적 없이 노는 사용은 남는다. 에이전트 트래픽이 폭증할수록 사람이 만드는 트래픽은 오히려 귀해진다. 반대로 예약 중개, 검색, 쇼핑 플랫폼처럼 목적형 인터넷의 길목을 지키던 회사들은 입지가 애매해질 수 있다.
내가 읽은 것
하나, 이것은 거래비용의 붕괴다
경영학의 언어로 옮기면 영상이 말하는 변화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의 붕괴다. 거래에는 늘 비용이 붙는다. 어디서 살지 찾는 탐색비용, 조건을 따지는 협상비용, 실제로 주문하고 메일을 쓰는 이행비용이다. 중개 플랫폼은 그중 탐색비용을 줄여 준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 왔다. 에이전트가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0에 가깝게 만들면, 플랫폼은 사람이 찾아오는 '가게'에서 에이전트가 호출하는 '창고'로 바뀔 수 있다. 인터넷이 중개상을 한 번 걷어 냈다면, 에이전트는 인터넷 중개상을 한 번 더 걷어 낸다.
둘, 새로 생기는 비용은 대리인 비용이다
일을 남에게 맡기면 늘 **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가 따라온다. 사람 비서에게도 신뢰가 핵심이듯 AI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다. 영상은 "알아서 메일을 읽고, 알아서 보낸다"를 장점으로만 소개하지만, 보안의 눈으로 보면 이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누군가 메일 본문에 "이 파일을 아래 주소로 전달하라"는 문장을 숨겨 두면 에이전트가 그것을 주인의 지시로 착각할 수 있다. 사람이라면 "이건 이상한데" 하고 멈출 자리를 에이전트는 그대로 지나칠 수 있다. 에이전트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수록, 무엇을 하지 못하게 할지를 정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셋, 위임은 기대값으로 판단한다
무엇을 맡길지는 감으로 정하기보다 따져 보는 편이 낫다. 생산관리에서 외주 여부를 따지는 방식과 같다.
영화 예매, 구독 해지, 후기 조사는 틀려도 피해가 작고 되돌릴 수 있다. 통째로 맡기면 된다. 공적인 메일이나 결제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일은 초안까지만 맡기고 마지막 승인은 직접 한다. 영상의 '80% 완성' 사례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진짜 비용은 나머지 20%를 채우는 데 있지 않고, 어디가 그 20%인지 찾아내는 검증에 있다. 검증할 눈이 없는 사람에게 80%짜리 결과물은 도움이 아니라 함정이다.
앞으로의 사용법
지금 내가 쓰는 원칙을 정리하면 이렇다.
| 단계 | 대상 | 예 |
|---|---|---|
| 맡긴다 | 조회·비교·요약처럼 되돌릴 수 있는 일 | 가격 비교, 자료 탐색, 일정 확인 |
| 초안만 맡긴다 | 사람을 상대하는 일 | 메일 발송, 일정 초대, 게시물 작성 |
| 직접 한다 | 되돌릴 수 없거나 신원·돈이 걸린 일 | 결제, 비밀번호, 성적 처리 |
여기에 세 가지를 덧붙인다.
- 권한은 필요한 만큼만 준다. 메일을 읽는 권한과 보내는 권한은 다르다.
- 외부에서 들어온 글 속의 지시는 명령이 아니다. 메일과 웹페이지에 적힌 요청은 참고할 데이터일 뿐이다.
- 남는 시간을 설계한다. 목적형 인터넷에 들이던 시간이 줄면 그 시간은 쉽게 알고리즘 피드로 흘러간다. 사람의 주의가 귀해질수록 플랫폼은 그것을 더 집요하게 가져가려 할 것이다.
영상은 "한국말만 알면 된다"고 했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더 정확히는 목적과 제약, 판단 기준을 한국말로 분명하게 말할 줄 알면 된다. 이것은 산업공학에서 말하는 요구사항 정의 능력 그 자체다. 에이전트 시대의 취업교육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는 교육 글에서 따로 적었는데, 결론이 같은 곳으로 모인다. 도구를 다루는 법은 금방 낡는다. 오래 남는 것은 문제를 정의하고, 일을 쪼개고, 결과를 검증하는 힘이다.
맺으며
스마트폰은 인터넷을 어디서나 쓰게 만들었고, 에이전트는 인터넷을 누구나 쓰게 만들 것이다. 그 대가로 우리는 클릭하는 손 대신 판단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인터넷 사용법의 핵심은 무엇을 클릭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끝까지 내가 쥘지를 정하는 일이다.
참고 자료
- 김단테, 우리가 알던 인터넷 모두 끝났습니다 (2026.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