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해고'의 시대 — 블라인드 데이터가 보여 주는 일자리의 변화
SBS 비디오머그가 블라인드 문성욱 대표를 인터뷰한 영상을 보고 정리했다. 신입 일자리부터 사라지고, 해고는 전 직군으로 번지며, 개발자의 AI 도구 선택까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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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생성한 이미지
SBS 비디오머그의 인터뷰 코너 '똑소리Talk'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문성욱 대표가 나왔다. 한국과 미국 직장인들의 속마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을 운영하는 사람이, 그 데이터로 본 'AI 시대의 해고'를 이야기한다. 영상은 9월 18일에 공개됐다.
아래는 전체 21분 가운데 내가 중요하다고 본 대목(약 7분 분량)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수치는 모두 영상에서 문 대표가 말한 내용이며, 내가 따로 검증한 것은 아니다.
영상 요약
1. 해고가 일상이 됐다.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에서는 분기마다 한 번꼴로 해고가 있다고 할 만큼 잦아졌고, 테크 업계의 해고는 전년보다 67% 늘었다고 한다. 흐름은 테크에서 금융, 일반 사무직으로 번지고 있다.
2. 신입의 자리가 먼저 사라진다. 해고가 잦은 직군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디자이너, 마케팅, 재무, 법무를 꼽았다. 그런데 직군보다 더 눈에 띄는 변화는 사무직 신입 포지션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신입이 맡던 일은 상대적으로 쉬워서 AI로 대체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3. 저연차 → 시니어 → 전원. 2024년에는 저연차부터 나갔고, 그다음 해에는 관료주의를 걷어 내고 의사결정을 단순화한다는 명분으로 40대 이상 시니어가 대상이 됐다. 지금은 연차를 가리지 않고 모든 직군에서 고르게 일어난다고 한다.
4. '회전문' 회사. 아마존, 구글,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처럼 많이 뽑고 많이 내보내는 빅테크를 현지에서는 회전문에 빗댄다. 이런 회사의 신규 입사자 가운데 상당수가 1년 안에 해고된다는 것이 문 대표의 설명이다.
5. 남는 기준은 ROI. 팀이 통째로 없어지는 일도 흔하다. 투자 대비 수익이 가장 높은 부서만 남기고 나머지를 정리한다는 것이다. 그 판단은 누가 하느냐는 질문에는, 위로 올라갈수록 더 높은 의사결정자가 한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사장 말고는 다 대체 가능하다는 말이냐"고 묻자, 사장도 필요 없고 이사회만 남을 수도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6.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 AI가 계속 발전하면 언젠가 사람이 거의 필요 없어진다는 결론까지는 논리적으로 쉽게 이어진다. 정작 어려운 질문은 그 사이다. 사람이 어딘가에는 끼어 있어야 한다면 어떤 형태로, 언제까지인가. 어떤 포지션이 끝까지 남을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 그것이 지금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핵심이라고 했다. 한 게임 회사의 핵심 직무가 2년 전부터 AI로 대체돼 채용 자체가 사라졌고, 그 일을 하던 지인들이 차량 호출 서비스 운전을 하고 있는데 그 일마저 로보택시에 밀려나고 있다는 일화도 나온다.
7. 도구의 판도도 바뀌었다. 작년까지는 한국 직장인의 70% 이상이 쓴다고 할 만큼 ChatGPT가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올해 1월부터, 한국은 올해 중반부터 흐름이 뒤집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조금이라도 하는 회사에서는 Anthropic의 Claude 사용이 앞서게 됐다고 한다. 현대차, 네이버, 비바리퍼블리카, 엔씨소프트, LG전자가 그런 예로 언급됐고, 공공기관과 금융·공기업 쪽에서는 여전히 ChatGPT가 우세하다고 했다.
내가 읽은 것
하나, '신입이 하던 일'이 사라지면 '신입이 배우던 길'도 사라진다
이 영상에서 가장 무겁게 들은 대목은 해고 건수가 아니라 신입 포지션의 축소다. 제조 현장에서 숙련은 쉬운 공정부터 맡으며 쌓인다. 쉬운 공정을 자동화하면 당장의 원가는 내려가지만, 5년 뒤에 어려운 공정을 맡을 사람을 어디서 길러 올지가 문제로 남는다. 사무직도 같다. 기업은 단기 ROI로 신입 자리를 없애고 있지만, 그것은 미래의 시니어를 만드는 공정을 없애는 일이기도 하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대학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이 졸업 시점에 이미 '2~3년 차의 판단력'을 갖추게 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는 교육 글에서 따로 적었다.
둘, ROI로만 자르는 조직은 국소 최적에 빠진다
"ROI가 가장 높은 부서만 남긴다"는 방식은 최적화의 관점에서 보면 전형적인 탐욕적(greedy) 해법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좋아 보이는 선택을 반복하는 것. 빠르고 설명하기 쉽지만, 부서들이 서로 기대고 있는 시스템에서는 전체 최적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늘 ROI가 낮아 보이는 품질, 교육, 기초 연구는 내일의 ROI를 만드는 선행 공정이다. 목적함수에 '이번 분기'만 넣으면 해는 그렇게 나온다. 무엇을 최적화할지 정하는 일이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점이, 역설적으로 이 영상이 주는 위안이기도 하다.
셋, 통계와 일화를 구분해서 듣자
영상에는 강한 숫자와 인상적인 일화가 여럿 나온다. 다만 출처가 익명 커뮤니티의 데이터와 전언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표본이 테크 업계와 대기업에 쏠려 있고, 해고를 겪은 사람일수록 글을 남길 동기가 크다. 방향은 믿되, 크기는 보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영상 제목이 "AI 해고는 핑계?"라고 묻듯, 기업이 비용 절감이나 과잉 채용의 정리를 'AI'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분명히 섞여 있을 것이다.
넷, 도구는 직무를 따라 갈린다
개발 조직과 공공·금융 조직에서 쓰는 AI가 다르다는 대목은 작지만 흥미롭다. 범용 도구 하나가 시장을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일의 성격에 따라 도구가 갈린다는 뜻이다. 학생들에게 특정 도구의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왜 오래가지 못하는지도 여기서 보인다. 1년 사이에 판도가 뒤집혔다. 남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도구에 무엇을 시키고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 아는 힘이다.
맺으며
불확실성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예측이 아니라 대비다. 어떤 포지션이 남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역할이 마지막까지 남으리라는 데에는 걸어 볼 만하다. 영상은 21분이고, 요약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더 있다. 직접 보기를 권한다.